<p></p><br /><br />[리포트]<br>자신의 벌통에 스스로 불을 질러야 하는 토종벌 농가들이 있습니다. <br> <br>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전염병. 오늘은 토종벌의 전염병 실태에 대해 취재했습니다. <br> <br>28년간 강원도에서 토종벌을 기르는 김명식 씨. 벌통을 쌓은 뒤 불을 붙입니다. 기르던 토종벌들이 '낭충봉아부패병'에 걸린 겁니다. <br> <br>올해만 해도 벌써 27개의 벌통을 태웠습니다. <br><br>[김명식 / 토종벌 농가] <br>"마음이 울적하죠. 눈물 나려고 그러네. 잘 나가다가 (병에 걸려) 중간에 망가지니까 사람이 미치는 거죠." <br><br>'꿀벌 에이즈'라고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은 벌 애벌레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. <br><br>현재까지 치료제나 예방책은 없습니다. 2008년 국내 처음 발병한 이후 2010년 42만 개였던 토종벌통의 수는 2016년 만 개로 줄었습니다. <br><br>[홍성애 / 토종벌 농가] <br>"손 쓸 새도 없이 한 번에 한 농장에 100개든 50개든 일주일, 열흘 안 걸려요. 싹 나가요." <br><br>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벌통을 카메라로 관찰했습니다. <br> <br>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꿀을 채집합니다. 노란 꽃가루를 모아 옮기는데요. 그런데, 토종벌이 벌통 안에서 흰색 물체를 꺼내는 모습이 포착됩니다. <br> <br>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애벌레입니다. <br><br>[서상희 기자] <br>"벌통을 열면 이처럼 전염병에 걸린 애벌레들이 죽어있습니다." <br><br>육각형의 벌방에서 자라는 애벌레가 병에 걸리면 벌방이 마르고 애벌레는 부어오르면서 바닥에 떨어지는데요. 치사율은 90%에 이릅니다. <br> <br>문제는 전염성입니다. 토종벌은 반경 4km까지 날아가는데요. 애벌레 한 마리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리면 반경 5km에 10만 마리가 감염될 수 있습니다. <br><br>전문가들은 토종벌이 사라지면 생태계에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. 전 세계 식량 63%는 꿀벌의 수분 작업으로 열매를 맺습니다. <br> <br>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가정한 미국의 한 슈퍼마켓 광고를 보시죠. <br> <br>꿀벌이 사라지면 이렇게 가득 채워진 식품 판매장 안 사과와 양파, 오이 진열대는 텅 비게됩니다. <br><br>현재 낭충봉아부패병은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됩니다. <br> <br>질환이 발견되면 신고를 해야 하고 벌통을 소각해야 하는데요. 하지만 제1종 가축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, 구제역처럼 농가에 대한 보상 지원은 없습니다. <br> <br>정부는 내년부터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토종벌을 보급할 계획인데요. 농민들은 국내 토종벌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며 효과적인 방역과 복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. <br> <br>사건파일이었습니다. <br> <br>서상희 기자 with@donga.com <br>영상취재 : 김찬우